너무 분노가 치미는 이유?
화를 내는 내 모습에 너무 화가 난다.
남편과 연애시절부터 지금까지 화를 낸 적이 상당하다.
나도 정말 남들처럼 우아하게 화내지 않고 의사 표현을 잘 하고 싶은데 그게 참 잘 안된다.
남을 배려해 준다는 미명 아래 조금씩 양보를 하다가 나중에 혼자 뚜껑이 열려버리고 분노가 터져 나온다.
물론 화는 낼 수 있지만 문제는 일반 사람들이 화를 내는 수준을 뛰어넘어 살기까지 느껴진다는 거다.
내면에 잠재된 폭력성이 폭발한다는 거다.
그것을 알기에 그 화를 보여주지 않기 위해, 나도 모르게 억누르다 보니 오히려 분노의 임계점을 만나면 더 활화산처럼 터져버린다.
화를 내면 몸이 너무 아플 정도로 그 피해가 심각하다.
그래서 죄책감에 너무 시달렸다.
나란 인간이 이런 수준밖에 안되는가?
그런데 사주 공부를 하고 보니 나를 위로해 주는 어떤 지점을 발견하고 안심했다.
에고 문제이지만 동시에 타고난 내 팔자 기운 탓, 바로 임자일주이기 때문이다.
"수니야 홈페이지 만들 줄 알아?"
"당연하지. 근데 그건 왜 물어봐?"
"아니 자기가 컴퓨터 프로그래밍 한다고 하니까 혹시 홈페이지도 아는지 궁금해서 물어본 거야?"
"아, 홈페이지는 어렵지 않아. 금방 만들 수 있어."
"그래? 그럼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메인 화면에 뜨는 이쁜 이미지랑 로고도 만들 수 있겠네."
"아니, 그건 난 할 줄 모르는데."
"에이, 평소에 IT 전문가라며 근데 그것도 못 만들어. 그럼 하나도 할 줄 아는 게 없는 거네."
"뭐라고!!!"
연애시절부터 더러운 성깔이 그에게 들통났다.
저녁시간 식당에서 남편과 매운 등갈비찜을 먹으면서 데이트를 하고 있었다. 이 집은 맛집이라고 다음에도 또 오자고 이야기하다가 남편이 홈페이지에 대한 질문을 했다.
그러다가 자존심을 무너뜨리는, 나를 무시하는 말을 듣자마자 순간 화가 욱 나왔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내 앞에 있던 밥 먹던 숟가락을 밥상에 퍽 세게 내리꽂아버렸다.
그 숟가락은 반동으로 공중에 날아갔고 남편 어깨에 맞은 후에 바닥에 철퍼덕 소리를 내면 떨어졌다.
순간적으로 일어난 일이었다.
하지만 그때 나는 꼭지가 열려버렸다.
홈페이지에 대해서 하나도 못한다고 나를 업신여겼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너무 화가 나버렸다.
홈페이지는 보통 기술적인 분야와 디자인 분야 이렇게 나눠지는데 나는 당연히 기술적인 분야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고 간단한 이미지 정도는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메인 화면에 나오는 세련된 이미지는 디자인 전문가들이 만드는데 그걸 남편이 알 리가 없는 거다. 남편은 홈페이지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이미지라고 생각하고 그것이 홈페이지에 전부라고 생각하고 그 뒤에 숨겨진 기술적인 요소에 대해서 전혀 모르니 그는 그냥 그런 말을 한 것이다.
하지만 내 무의식에서는 그가 나의 실력을 깡그리 무시했다고 생각했고 그 빈정대는 말투에 순간 화를 내버린 것이다.
그는 친하다고 농담으로 장난을 쳤는데.
너무 숟가락을 세게 던져서 주변에 같이 밥 먹던 손님들도 한번 힐끗 쳐다본다.
그는 어처구니없이 숟가락 봉변을 당한 것이다.
그것도 데이트를 하는 중에.
너무 놀라서 어이없는 그의 표정이 지금도 선하다.
순간 그는 정지되었고 이게 무슨 상황인가 궁리해 봐도 답도 없다.
얼음처럼 굳은 그를 보니 뭔가 잘못한 것이 느껴진다.
나도 창피하다.
내가 던졌는데 나도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굳이 그가 알 필요 없는 홈페이지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주절이 알려준다.
내가 하는 일은 홈페이지 디자인이 아니라 기술적인 분야라고 알려주었다.
그래도 쏟아진 물을 담을 수 없듯이 숟가락 던지기 전으로 돌아갈 순 없다.
분노에 숟가락을 던진 여자친구에도 불구하고 다행히 그와 결혼으로 연결되었다.
"자기야 지금 11시 25분이야. 서둘러. 차도 막힐 수 있으니까 이미 5분 전에는 출발해야 했는데. 지금 나가야 해."
"알았어."
"지금 11시 30분이야. 준비 다 된 거지?"
"지금 아니 화장실 좀 가고." 화장실 거울에서 머리를 만지고 있는 남편.
"자기야 벌써 11시 33분이야. 나는 출발한다." 이미 목소리 톤이 올라가고
"아니 잠시만, 좀만 기다려." 여전히 화장실 거울에서 머리를 만지고 있다.
"지금 도대체 뭐 하는 거야? 찰싹, 찰싹, 찰싹"
이미 제정신을 잃어버렸다.
신혼 때 집 근처에 사는 시누이 집에 방문하기로 약속했다. 일요일 오후 12시까지 가기로 했는데 남편이 늦장을 부린다.
약속시간에 강박증이 있어 약속시간보다 10분 정도 일찍 도착하려는 나와는 달리 남편은 약속 시간에 아주 정확하게 가는 것을 선호했다. 외출 준비에 30분 걸리는 나, 그러나 남편은 족히 1시간은 걸린다.
신혼 초에는 그 차이점을 이해하지 못해 남편이 너무 늦게 준비하는 걸로 말싸움을 여러 번 하다가 이날 드디어 터졌다. 욱하는 성질에 못 이겨 이미 내 손바닥은 그의 하얀 등을 사정없이 가격하고 있었다.
순간 미쳐서 총 10대는 때린 거 같다.
연약한 피부를 가진 그의 등을 보니 빨간 다섯 개 손가락이 아주 선명하게 보인다.
최근에 남편에게 이 두 사건에 대해 물어보니 그 당시 내가 사과를 하지 않았고 그 후로도 안 했다고.
아차차, 지금이라도 사과해야겠다.
미안해. 여보.
이것 말고도 화를 낸 에피소드만 추려서 글을 적는다고 해도 아마 책 한 권 나올지도, 그만큼 창피한 일들이 많았다.
남들이 보면 저런 폭력적인 아내와 어찌 사나 싶은 여자가 바로 나였던 것이다.
내 분노에 가장 큰 피해자는 바로 남편이다. 그는 모든 화를 정면으로 받아낸 사람이기에. 화를 내고 싶지 않은데 나도 모르게 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은 왜일까?
그 지점을 나도 모르겠다.
과거에 화를 낸 사건들을 끄집어내보니 내가 생각해도 민망스럽다.
남편 말에 의하면 평소에는 순하게 있다가 어느 순간 눈이 획 돌아가고 헐크처럼 얼굴이 완전 딴 사람이 되어 소리를 고래고래 지른다고 한다.
아, 그렇다. 너무 심하게 화를 낸 경우에는 온몸에 삭신이 쑤셔셔 가만히 누워있어야만 한 적도 있었다.
사주 공부를 해보니 변명으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임자일주로 태어났기 때문이다.
인터넷에 임자일주를 검색해 보면 꼭 발견하게 되는 문장은 바로 이것이다.
'잔인한 폭력성이 내재되어 있다.'
임자일주는 임(壬) 수(水) 물과 자(子) 수(水) 물이 만나서 큰 바다 같다고 비유한다.
끝도 없이 펼쳐지는 수평선, 바닥을 알 수 없는 깊은 바다와 같다.
햇살 좋은 날, 해변가 멀리서, 잔잔한 바다를 바라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바다에는 온갖 생명체들이 어울려져서 살고 있고, 모든 해양 생물을 수용하는 드넓은 곳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약 바다 깊은 곳에서 지진이 일어난다면, 한없이 고요했던 바다는 한순간에 쓰나미를 몰고 와서, 육지의 모든 것들을 한순간에 삼켜버리고 만다.
평소에는 모든 것을 포용할 것 같은 너그러움을 가졌지만 마음에서 지진이 일어나는 순간 엄청난 분노가 순식간에 솟아나는 성격을 가진 팔자라는 거다.
이것을 알게 되니 한편 많이 위로가 되었다.
내 잘못이라는 죄책감에 시달렸는데 우연히 태어나 보니 이런 성격과 인연이 되어서 그랬구나, 내가 이상한 사람이 아니고 그런 성질을 타고났구나 위안 받았다.
인터넷에 임자일주 연예인을 찾아보면 이경규 신봉선 등이 나온다.
한강에서 빰 맞고 종로에서 운다고, 주로 남편에게 화를 많이 냈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딱 나에게 하는 말 아닐까?
속으로는 곪아 터져가지만 그것을 잘 밖으로 드러내지 못하고 겉으로는 괜찮은 척 연극을 했던 것이다.
그러다가 임계점 상황이 닥쳐 분노의 에너지가 활화산처럼 폭발되어 버렸다.
김주환 「회복탄력성」책에서 제공되는 회복탄력성 지수 문제를 풀어보니 자기조절 능력에 반드시 노력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압박과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평온을 유지하는 감정 조절력, 자기의 동기를 스스로 부여하고 조절할 수 있는 충동 통제력, 문제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해결책을 정확히 진단해 내는 원인 분석력 이 모두를 합쳐서 자기 조절 능력이라 하는데 평균이 63.5점인데 내 점수는 45점이 나왔다.
이것은 상당히 의미심장한 결과이다.
감정이나 충동조절 능력이 떨어지는 것이 회복탄력성에 영향을 주어서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한 요인이기 때문이다. 사주로 해석하자면 임자일주에 잠재된 분노가 심리학적으로 감정 조절 능력에 문제로 드러난 것으로 추정된다.
'너 까불더니 오늘 제대로 임자 만나줄 알아'
그 임자가 사주에 임자(壬子)를 말한다.
한마디로 성격이 지랄맞다고 볼 수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렇게 사람이 세게 보이지 않는다.
물론 예리한 사람은 이미 눈치를 챌 수도 있겠지만 정작 본인은 자신은 온순한 양인 줄 착각하기도 한다.
왜냐하면 평소에는 흐르는 물처럼 유유하게 흘러가기 때문에 특별한 문제가 없다.
드넓은 바다가 넘실넘실 파도가 치면서 잔잔하게 아름답게 보이는 것처럼. 큰 바다 같은 포용력으로 웬만하면 수용하고 넘어가기에 이해심도 넓다. 그냥 허허 웃으면서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간다.
하지만 어느 기준선, 임계점, 주관적인 어떤 선을 넘어갔을 때, 그동안에 누적되었던 마음속 감정에 찌꺼기를 한 번에 토해내는 주체할 수 없는 화가 폭발한다.
이런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는데 만약 결혼을 한다면 과연 부부 사이가 어떠할 것인가?
보지 않아도 답이 나온다. 평탄한 결혼생활을 하기 쉽지 않다. 뜬금없이 미칠 듯이 화를 내는 배우자를 좋아할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을 테니.
그런데 타고난 기운이 이러한데 부처님 가운데 토막처럼 살 수도 없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것이 바로 포인트이다.
바로 나처럼 성깔이 있는 사람이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해서는 바로 이런 개 같은 남자를 만나야 한다는 거다.
뉴캐슬 여행에서 만난 푹신푹신 부들부들 순한 양 같은 그 강아지 같은 남자, 거친 손길도 거부감 없이 순하게 받아주는 남자.
오히려 안쓰럽다며 정을 베풀어주는 남자.
배우자가 욱하고 화를 내어도 그것을 이해하고 참고 넘어갈 착한 남자,
아내에게 맞혀주는 배려 있는 남자,
지금 내 옆에 있는 남편, 바로 그 임자를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