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에게 이런 시련이 찾아왔을까?



사주를 보는 것은 미신으로 생각했다. 운명이 정해져 있다고? 무슨 개 풀 뜯어먹는 소리인가. 내 운명은 내가 개척한다고 우겼다. 하지만 매번 넘어져서 제자리로 돌아오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되니 개척은 개뿔이다. 나는 선한 의도로 잘한다고 했는데 결과는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


친정과 심각한 갈등이 촉발되었다. 정신이 너무 피폐해져 버렸다. 인간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사람은 없지만 강도가 너무 세다는 게 문제였다. 결국 몸이 아파 이틀을 침대에서 누워만 있었다. 그동안 억눌렸던 어마한 분노가 폭발했고 사람에 대해서 그렇게까지 실망을 느껴본 적이 처음일 정도였다.


그즈음에 회사에서 갑자기 권고사직이 찾아왔다. 그리고 연속적으로 그동안 맺었던 적잖은 인간관계들이 하나씩 어깃장이 나서 뒤틀리기 시작했다. 결국 도미노가 쓰러지듯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그 당시 심정을 어떻게 표현하는 게 좋을까 고민해봐도 잘 떠오르지가 않는다. 아마 아직은 치료가 진행 중이기 때문인 거 같다.



"수니야, 내가 일하고 있으니까 너는 꼭 일 안 해도 괜찮아. 쉬면서 산책도 하고 책도 보고 그래 그러면 좋아질 거야."

"그래, 이제 내가 자기 덕을 볼 차례인가 봐. 고마워."



재취업을 하려는 노력은 허사가 되기 일수였고 그냥 이 기회에 반강제 은퇴 모드로 들어가기로 했다.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시간을 보내면서 그동안 뒤틀린 정신상태를 돌보는데 집중하기로 했다. 내가 왜 괴로운지 그 이유를 찾고 싶은 마음이 너무 간절했다. 도저히 이렇게는 살수가 없이 힘든 마음 상태였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세계에 곳곳으로 퍼져나갈 때 나의 심리는 코로나에 걸려서 중환자실에 입원하여 집중치료를 받고 일반 병동으로 옮겨지길 기다리는 상태와 비슷했다. 최고로 억울한 마음이 어느 정도 사라지고 나니 나에게도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틈이 보이기 시작했다.


도대체 나란 인간은 어떤 사람이기에 이런 일이 벌어지나? 왜 인생이 이렇게 흘러가나? 너무 힘들고 절박해서 무엇이라도 잡고 싶었다. 그쯤에 남편이 팟빵에서 사주명리학을 접하고 나에게 들어보라고 권유했다.



사주팔자로 풀어주는 다른 사람들에 인생 이야기를 듣다 보면 왠지 모를 위로가 되는 구석이 있었다. '맞아, 나에게 이렇게 안 좋은 일이 생기는 것은 어쩌면 사주팔자 때문일 거야. 그럼 내 탓이 아니야.' 그렇게 스스로 합리화를 하고 싶은 마음이 사주 공부 출발이었다.


조금씩 공부에 흥미가 생기면서 여기저기 유튜브로 사주 명리 강의하는 것을 찾아서 듣게 되었다. 이왕 하는 거 기초를 다지기 위해서 책도 구입했다. 박장금 「다르게 살고 싶다」 제목이 맘에 들었다. 아, 나도 다르게 살고 싶다. 이제는 과거 괴로움에 벗어나 멋지게 다르게 살고 싶다.


진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하는 당신에게 사주 명리로 삶의 지도 그리기' 이 책에 부제목도 딱 나를 향하는 문구 같다. 정말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을 때리고 있었던 그 당시 딱 내 심정이었다.


제발 이제부터는 예전과 다르게 살고 싶고 더는 괴롭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이 책과 인연이 되어 나의 에고를 탐구하는 시간 속으로 들어갔다. 덤으로 남편도.